책소개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직접 뛰고 싶지는 않고, 경기 관람만 하며 스포츠를 즐기는 것보다는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어린이를 위한 직업 안내서. 현재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축구선수의 꿈을 접은 후에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축구라는 것을 깨닫고 경기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선수들과 함께 승리를 만들어가는 전력분석관이 되어 경기장으로 돌아왔어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를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보아요.
저자 소개
글 : 김보찬
1982년 서울 태생. 초등학교 5학년 축구부 입단을 비롯하여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경희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 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과에서 1학기를 수료했지만, 현장에서의 경험과 학문을 통합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오랜 갈증에 대한 도전으로 영국으로 떠나 Cardiff Metropolitan University에서 Performance Analysis 석사 과정을 마쳤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Swansea City 축구팀에서 Youth Team Performance Analyst로 활동하고 Wales 축구 협회에서도 Performance Analyst로 활동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경기분석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분석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고, Middlesex University에서 Peformance Analysis 박사 과정을 파트 타임으로 공부하고 있다. 2016년부터 대한축구협회(Korea Football Association) 전임 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저자가 전력분석관을 준비할 때만 해도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현장에서 일하는 전력분석관 중에 저자처럼 비선수 출신은 없었다고 해요.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가야 하니까 당연히 고되고 힘들었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어떤 고비가 와도 넘길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자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만났지만 신기하게도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오랜 시간이 지나 경기장에 돌아와 행복했다는 축구 전력분석관을 지금 만나보세요.
경기 분석의 역사는?
경기 분석의 시작은 댄스의 동작을 표기법으로 기록했던 ‘댄스 노테이션Dance notation’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19세기 말에 댄스 동작을 기호로 표기하고 기록하는 방법이 처음 세상에 나왔어요. 한 동작을 했을 때 팔과 다리, 머리 등의 방향과 거리, 동작의 시간 등을 표기한 댄스 표기법었죠. 1883년도에 테니스 동작을 댄스 표기처럼 기호로 만든 게 경기 분석의 시작이에요. 축구에서 본격적으로 경기 분석이 시작된 건 1950년대였어요. 그때는 여러 항목을 만들어 놓고 사람이 눈으로 확인한 것을 적는 형태였어요. 패스, 태클, 슛 몇 번 이렇게요. 1987년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데이터를 입력하게 되고 영상을 활용하게 되었어요. 손으로 일일이 쓰는 것에 비하면 훨씬 쉽고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죠. 1996년이 되면 IT 기술의 발달로 분석할 수 있는 항목이 늘어나요. 패스 패턴, 피지컬 데이터, 스프린트, 뛴 거리 등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노르웨이가 발 빠르게 1997년에 1부 리그 모든 팀에서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눈을 믿지 말고 데이터를 믿어라!
1996년에 국가대표 코치들이 경기 후에 얼마나 기억하는지 조사한 것이 있어요. 그 결과에 따르면 코치들이 결정적인 장면의 42%만 기억하고 있었다고 해요. 또 2016년의 한 조사에서는 유소년 엘리트 선수 코치 6명이 기억에 의존해서 10명의 유소년 선수의 수행평가를 했더니 정확도가 40%도 안 됐다는 조사도 있고요. 이렇게 경기가 끝나고 기억에 의존해서 피드백을 하는 경우 정확도가 떨어져서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에 영상 기록은 매우 정확해요. 경기 중이거나 경기가 끝나고 영상 분석한 결과로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하는 게 훨씬 정확하고 선수 개인이나 팀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죠.
실시간으로 경기 중 분석하기
요즘엔 기술이 발전해서 촬영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저장이 되고, 이 장면을 캡쳐할 수도 있어요. 경기 중 분석은 완전 실시간이고 빠르게 문제점을 잡아내야 하니까 많이 긴장되는 일이죠. 그래서 경기할 때는 저랑 함께 촬영하는 분석관과 골키퍼 코치 이렇게 세 명이 팀을 이뤄서 분석해요. 저는 경기장 맨 꼭대기에서 촬영하면서 경기장 안에 설치된 모든 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다가 문제가 될 장면이 나오면 분석하고 편집해서 바로 감독님이 있는 벤치로 보내요.
선수 피드백도 전력분석관의 할 일
경기 분석 평가를 하고 난 다음에는 팀 전체가 모여서 분석 미팅을 하고 선수들 개인에 대한 피드백을 해요. 팀 전체가 봐야 할 장면을 함께 보고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하죠. 예를 들어 한 선수가 슬라이딩을 할 때 파고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 있고, 다른 선수가 확보해 줘야 하는 공간이 있죠. 또 한 선수가 나가면 안 되는 곳에서 나갔을 때 공간이 비면 상대편 선수에게 기회를 주게 되니까 다른 선수가 공간을 내주지 않도록 움직여야 하고요. 이렇게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설명하면 선수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요. 분석한 대로 훈련에도 적용하죠.
대회를 준비하며 발전하는 선수들을 볼 때의 보람
16세 팀 전력분석관으로 있을 때였어요. 대회에 나갔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어요. 특히 공격할 때 턱턱 막히고 어긋나니까 답답한 경기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랑 같이 고민하면서 선수들에게 영상을 하나 보여줬어요. 상대 팀의 수비를 뚫고 공격하는 방법이 나온 영상이었죠. 선수들이 눈을 반짝이며 보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경기를 하는데 영상에서 본 그 상황이 딱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선수들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포지션으로 가서 그대로 공격하더라고요. 그때 영상의 힘이 무섭구나, 경기 분석의 힘이 무섭구나 하는 걸 알았죠. 그래서 기분이 되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책임감이 무겁다는 걸 느꼈어요. 영상을 만들 때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겠구나 하고요.
- 『축구 전력분석관은 어때?』 본문 중에서